시대가 변한 만큼 각종 고시나 8대 전문직 2차 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왜 그 답안 작성을 무조건 자필로 해야만 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트렌드나 제도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와 관련하여 향후 고급 시험의 2차 시험 답안 작성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아보겠습니다.
입법고시 2차 시험, 변호사 시험 CBT 도입 확정 및 시행
올해 5월에 시행된 입법고시(국회 5급 사무관 선발 공채) 2차 시험에 CBT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CBT방식이란 쉽게 말하면 컴퓨터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하는 것으로, 논술형 2차 시험의 답안을 타이핑하여 작성했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올해는 도입 첫 해로 자필과 CBT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80%가 넘는 수험생이 CBT방식으로 답안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물론 수식, 도표, 그래프를 답안에 포함해야 할 경제학, 국제경제학, 통계학, 회계학 과목에 대해서는 CBT 방식 답안 작성이 아닌 수기 자필 방식만 허용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호사 시험의 경우 역시 올해부터 정식으로 CBT 방식으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BT 방식의 타 시험 확산 전망
입법고시와 변호사 시험에서 확정적으로 CBT 타이핑 방식을 도입했으므로 다른 시험으로 트렌드가 확산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었습니다. 일례로 2027년경 5급 공채(구 행정고등고시) 시험에도 이와 같이 반영될 것으로 공식 전망 되는 상황입니다. 시험을 시행하는 시행처 입장은 우리가 알 필요가 없지만, 확실한 것은 본인의 못난 글씨체로 인하여 2차 시험 답안에 대해 감점이 발생하거나 불이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줄어들어 시험을 준비하는데 부담이 한층 줄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2차 시험과 CBT
현 시간부로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2차 시험에 확정적으로 CBT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는 논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입법고시와 변호사 시험에 도입되어 시행되었고, 행정고시에도 도입이 확정된 상황이므로 시행처나 관계기관에서도 그들의 업무 실적을 위해서라도 좌시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공인회계사, 세무사 2차 시험의 특성상 반드시 계산 근거를 보여야 부분점수라도 받을 수 있고 상당수 과목의 답안이 숫자로 산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주 근시일 내로 도입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객관적으로 공인회계사 시험보다 세무사 시험의 경우 더 빨리 CBT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3교시와 4교시인 세법학 1부와 세법학 2부의 경우 한글 텍스트 위주로 답안이 구성되며, 설사 계산 문항이 포함되더라도 세무회계나 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만큼 복잡하고 세세하며 시간이 오래 걸릴 만한 항목들이 출제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즉 1교시 회계학 1부(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와 2교시 회계학 2부(세무회계)에 적용되기는 당장은 어렵지만 나머지 과목은 그나마 빨리 도입될 공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의 경우 회계감사 과목을 뺀 나머지 과목들이 거의 모두가 계산형 답안 도출 시험이므로 CBT도입이 만만한 이슈는 아닐 것입니다.
공인노무사, 법무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시험
공인노무사 시험 역시 노동경제학 과목을 빼고는 CBT도입 자체에 큰 이슈는 없을 것이며 법무사나 관세사의 경우 계산형 문제 이슈가 없으므로 의외로 빨리 도입될 소지가 높습니다. 감정평가사는 2차 시험의 감정평가실무 과목이 공학용 계산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난해하며 너무 복불복인 관계로 시행처나 관계 부처는 CBT 방식 도입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결국 부분 도입으로 시작할 공산이 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