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세무사를 비롯한 각종 고급 전문 자격 2차 시험이 끝나고 항상 나오는 논쟁이 부분점수에 대한 부분이나 베이스업으로 인한 묘한 기대 심리입니다. 이 외에도 어떤 시험에서는 점수 일괄삭감 논란까지 등장한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이 합격자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들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부분점수의 정의와 대처 방법
논솔 또는 약술로 치뤄지는 모든 2차 시험에는 부분점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분점수란 쉽게 말해, 문제에서 요구한 항목이 여러가지인 경우 일부라도 유사하게 쓰기만 한다면 조금의 점수라도 부여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특정 사안에 대해서 논하라거나 요건 등을 몇 가지 설명하던지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하는 비계산형 문제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분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절대로 답안지를 백지로 내서는 안됩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답안지는 채점자로 하여금 여러분이 싸가지 없고 괘씸하다고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며 점수를 주고 싶어도 줄만한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무조건 0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헛소리를 쓰더라도 몇 줄이라도 혹은 몇 가지 키워드라도 쓰던지 물음의 요구 사항을 분석이라도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1점 또는 소수점 차이로 인생이 망하고 흥하는 판입니다.
다만,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시험을 비롯하여 정답이 확실히 존재하는 계산형 문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답이 틀리면 점수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정말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특정 값을 구하라고 했는데 오답을 제시했다면 계산 근거에 대한 부분점수 없이 바로 0점으로 처리한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란 오답자가 너무나 많거나 출제 의도가 모호한 경우 부분 점수를 줄만한 명분이 있을 때를 의미하는데, 어지간하면 이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절대 백지는 내면 안됩니다. 너무 어려워서 백지를 냈는데, 뭐라도 써서 점수를 조금이라도 줄지 누가 알겠습니까. 저렇게 소수점씩 모인 점수가 눈덩이처럼 불어서 합격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베이스업의 진실
부분점수와 더불어 베이스업에 대한 기대와 언쟁은 매년 2차 시험 직후 뜨거운 화두로 등장합니다. 베이스업이란 수 회의 채점에도 불구하고 합격자 수가 모자르니 일괄적으로 점수를 올려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는 공식적인 팩트로 확인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메카니즘이 있다 하더라도 관계자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상황으로, 큰 문제 하나의 배점이 15점이라면 소물음별 배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다시 채점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소물음 1번에서 5번까지 각 3점을 생각하고 채점 했다가 특정 소물음의 오답률이 너무 절대적으로 높다면 그 오답률 높은 소물음의 배점을 상당 부분 줄이고 다른 소물음의 배점을 높일 수는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추정만 할 뿐입니다. 이 역시 부분점수와 똑같이 대처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핵심은 절대 백지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물음간 배점을 조정하건 진짜로 베이스업을 해서 점수를 올려주건 답안지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 기본 점수를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답이라도 써서 콩고물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 것입니다.
또한, 시험이 끝나고 복기하여 본인 나름대로 채점을 하는 것은 좋은 자세입니다. 칼재점을 시도하여 합격권인지 아닌지 추론하고 다음을 준비하건 시험을 때려치우건 결정하는 것은 극도로 경제학적인 태도인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극도로 박한 상황을 가정하여 본인을 몰아세울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베이스업이 10점이 있을 것이다 20점이 있을 것이다 자의적인 추정을 통해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도 안됩니다. 즉,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면 조금은 기대해도 좋겠지만 그것으로 합격이 좌우 될 것이라는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것입니다.
일괄삭감 논쟁
꽤 오래전에 공인노무사 2차 시험과 관련하여 시험 결과를 두고 점수 일괄삭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쟁도 있었습니다. 세무사 2차 시험 역시 세법학 1부와 세법학 2부의 점수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말도 안되게 박하게 나와 큰 의심을 사기도 했었습니다. 이 역시 우리가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2차 시험이 절대평가를 가장하더라도 결국은 합격자 줄 세우기 식의 상대평가이므로 결국 남보다 더 잘해서 득점하면 문제가 없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점수를 일괄로 올려주는 베이스업이건 내리는 일괄삭감이건 백지를 내지 말고 뭐라도 쓰라는 것입니다. 일말의 절실함이 채점자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도 모르는 일이며, 정말 요행스럽게도 점수 상승에 대한 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일단 쓰고 보시라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저런 이야기에 휘둘림 없이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이 끝나고 발표가 나기 전까지 너무 몰입하고 무리해서 답안 복기 및 채점을 무한 반복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이미 종결되어 바꿀 수 없는 것에 끌려 다니는 그 몇 개월을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한 쪽에 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