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공인회계사 2차 시험 기출문제를 확인하고 분석해 보는 입장에서, 2025년 올해 2차 시험의 재무회계 시험에 대한 총평을 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재무회계 시험이 1과 2로 나눠지고 1은 중급회계, 2는 고급회계 분야로, 각 100점(120분), 50점(60분)으로 출제되어 진행됩니다.
재무회계1(중급회계 분야) – 쉽게 합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경고
올해부터 재무회계 과목을 중급과 고급으로 완전히 양분하여 시험을 치루겠다는 것부터, 이 첫 번째 시행 난이도가 극과 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희망을 가지고 첫 시행이니 최대한 무난하게 내지 않겠는가 했지만 기출문제가 업로드 된 것을 보자마자 모든 기대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점수 배점 분포는 완전히 쪼개진 소물음 하나당 1점 ~ 2점 사이로, 소수점 배점도 확실히 존재한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유독 올해의 경우 특히나 소물음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읽고 분석하고 정리해야 할 자료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2시간을 가지고 100점을 다 풀어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고 중간 중간 실수할 수 있는 요소도 의도적으로 많이 깔아 놓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공인회계사 시험이 제일 어렵다고 하니, 그래 다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출제된 범위를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오고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확실히 말씀 드리면, 이미 올해 공인회계사 재무회계 시험은 절대 교과서나 시중 참고서 여러권 푸는 것 만으로 안정적인 득점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어느 책에서 본 범위이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에 대해 이 짧은 시간 내에 도출하고 적용해야 하니 천재도 바보를 만드는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예컨대 건설공사 진행률이나 원가를 산정하기 위해서 관련 자산의 감가상각비에 대한 부분이라던가 리스변경이라던가 다 어디서 본 것은 같은데, 유예생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꼼꼼히 챙기는 것이 만만치 않은 부분들이 그것입니다.
평가 기준이 정말 많이 전도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보이지 않는 신분계급제 및 남들과 무한하게 비교질을 하며 무시하고 까 내리는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공인회계사 준비생들의 실력과 기본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도 있겠지만, 너무 경쟁이 극도로 치달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문제를 정말 빨리 풀어낼 수 있는 기법은 물론이며, 회계기준서의 구석구석을 모두 망라하여 척하면 척하고 나오는 수준이 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풀고도 정답을 확신하기 어렵고,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어도 발표 날 까지 계속 두려움에 덜덜 떨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도 우려됩니다.
유독 올해의 경우, 쉽게 합격할 수 없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고 마치 회계사의 자격을 시험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회계경시대회가 되어버린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재무회계2(고급회계 분야) – 대놓고 불합격을 의도한것 같은 느낌
고급회계만 완전히 50점으로 따로 떼어서 재무회계2라는 과목으로 그것도 60분 내로 풀어내야 합니다. 문제들을 보니 정말로 가관입니다. 특히 연결현금흐름표가 6점으로 출제되었는데, 이 주제를 정말 제대로 완벽하게 다룬 시중 문제는 드물며 과연 6점 모두 득점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습니다.
50점 만점에 30점을 받아야 재무회계2를 합격하는데, 30점을 정말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봤을 때는 문제2의 (물음1, 2)와 문제3 정도에서 완벽하게 득점을 하고 문제1에서 5점 정도 확보하고 문제5에서 6점 정보 확보 후 문제4의 현금흐름표에서 최대한 풀이과정을 성의껏 보여 부분점수를 획득하여 합격하는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헌데, 이 전략도 쉬운 것이 아닌 점이, 문제3의 경우 과거 기출문제를 꼼꼼히 보고 완벽히 풀어내면 충분히 맞출 수 있긴 하나 이 역시 난이도가 낮은 자료가 절대 아닌데다가 자료 2번(종속기업의 순자산 장부금액과 공정가치 차이)에서 잔존가치 5,000원을 가지고 헷갈려서 어그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3도 절대 쉽지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특히, 문제3의 경우 종속기업 자본거래(지분율의 변동) 역시 동차생들은 상당수가 제끼는 부분이며 유예생이라 할지라도 무리 없이 풀기 위해서는 정말 마르고 닳도록 연습을 했어야 하는 주제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본서의 문제들로는 절대로 합격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난이도에 60분은 정말 말도 안됩니다. 조금 난이도를 낮춰도 차라리 문제 양을 늘려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열심히 연습한 사람들이 합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어떤가 생각합니다. 아무리 봐도 채점을 여러 번 하여 합격자 수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과열도 이런 과열은 처음입니다. 정말 먹고 살기도 힘들고 취업은 취업대로 힘들며,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공인회계사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현 시점은 미지정 공인회계사가 넘쳐 빅4(삼일, 삼정, 안진, 한영)는 물론 유수 로컬 회계법인 조차 입사가 힘든 상황입니다. 항간에서는 미지정 공인회계사 이슈를 해결하고자 올해 재무회계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어렵게 냈다는 이야기도 돌지만,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한들 문제가 해결될까도 의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기본만 갖춰서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과열된 상태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회계학 뿐만 아니라, 과도한 자료해석과 정리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난감한 것입니다. 무슨 행정고시 1차 PSAT의 자료해석 지문을 보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향후 회계사 2차 재무회계 시험의 대비 방법
하지만, 여기서 한없이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일단 합격은 하고 봐야 합니다. 대비법을 제시하자면, 첫째, 반드시 과거 기출문제와 시중에서 잘 나가는 재무회계 연습서 3~4권 이상에 대해 완벽한 풀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어느 년도에 무슨 문제가 어떤 책에서 어떻게 나왔고 그 문제에 대한 풀이 메카니즘과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위와 더불어 여러분만의 문제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특정 연도의 기출문제들을 짬뽕하여 완전히 새로운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보기도 해야 하며, 문제의 제시 조건을 정말 어렵게도 만들어 보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도 파악해 봐야 할 것입니다.
셋째,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회계학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 또 공부를 하고 위의 방법들을 무한 반복하는것 말고는 없습니다. 비단 재무회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 과목에도 모두 적용할 부분입니다. 원래부터 이러한 면이 있었지만, 유독 2009년 및 그 이후부터 공인회계사 재무회계 과목은 정말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어중간하게 알거나 10가지 항목 중 1개라도 부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정답에 도출하지 못하여 전혀 점수를 받을 수 없거나, 부분점수를 모은다 치더라도 정말 아쉽게 60%에 미치지 못하여(예컨대 150점 만점 중 88점, 87점) 고배를 마시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되? 이거 과투자 아니야?] 하신다면 더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온전히 여러분의 것이며 성공의 달콤함도 여러분의 것이지만,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 역시 여러분의 것이며 실패 이후 여러분이 겪게 될 고통과 또 다른 진로 선택에 대한 부담도 여러분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공부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싸구려 동정으로 [그래 고생했어, 수고했어]하고 토닥토닥 한다고 해서 될 상황도 아니라는 것 만을 명심하십시오. 수험판에서는 합격자와 불합격자만이 존재하며 아직 까지 이 사회는 후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을 뿐더러 가혹하다는 것만 기억하십시오.